5. 로마 건축
그리스인들이 서양 고대 문화를 일으킨 사람들이었다면 로마인들은 그것을 완성시키고 다음 시대에 전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인들에 앞서 미케네인들의 문화가 있었듯이 이탈리아 반도에도 로마인들에 앞서 에트루리아인들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치구조를 즐겨 사용한 것이 그리스건축과는 다른 특징의 하나였습니다.
로마인들은 B.C. 4세기부터 힘을 얻기 시작하여 B.C. 3세기 이르러서는 이탈리아 전부를 정복했고, 다시 B.C. 146년에는 그리스 본토마저 점령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그리스 건축의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그리고 B.C. 1세기말에는 지중해 주변지역을 모두 차지함으로써 대제국을 건설하게 됩니다. 그리스의 세계가 많은 개별적인 장소들로 이루어진 반면에 로마의 세계는 항상 수도인 로마에 중심을 두고 지리적 상황을 극복하면서 로마제국 전체에 걸쳐 통용되는 로마건축 양식을 확립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로마 건축은 첫째, 그리스 건축의 영향과 둘째, 로마자체의 건축이라는 두 가지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후자의 경우, 구조 기술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적 건축이 주가 됩니다. 석재와 벽돌을 주재료로 사용하였던 로마건축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 아치 구조의 구성요소가 확립되고 발달해나감에 따라 보울트 구조 및 돔 구조가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 당시의 천연 화산재와 석회, 모래 등을 혼합한 콘크리트를 사용함으로써 구조기술이 발달하였고 그리스와는 다른, 거대한 내부공간을 지닌 대큐모의 건축물 구성이 가능해졌습니다.
• 그리스의 고전적 구성요소로부터 상당부분 벗어나 실용성을 중시하는 건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즉, 그리스 건축의 경우, 오더가 그대로 구조체인 동시에 표면장식이기도 하였으나, 로마건축에서는 아치나 콘크리트 구조가 발달된 결과, 구조상으로는 오더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고 오더는 이미 장식적인 의미만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 로마건축의 다양한 유형
그리스 건축과는 달리, 로마의 건축은 실제 생활과 관련된 공공건물이나 교량, 도로 건설 등의 건축 / 토목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로마시대에는 신전, 그리스의 아고라에 해당하는 포름, 바실리카, 원형 극장, 원형 투기장, 공중 욕장, 개선문, 경마장, 등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그리스의 뒤를 이어, 혹은 독자적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이들 건축물들은 훌륭한 예술적 가치를 지녔다기보다는 건축을 실용적, 공학적으로 크게 발전시킨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판테온(Pantheon / 118-125)
일반적인 로마의 신전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장방향 평면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판테온은 원형평면의 거대한 돔 구조로 이루어 졌습니다.열주로 된 입구 현관으 지나 이 건물의 주공간인 로툰다에 이르면, 내부는 드럼과 돔의 두 부분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지름 43.2m의 구를 내접시키는 형태의 넓이와 높이를 지니며 벽두께는 6.2m에 이릅니다. 또한 천정의 정점에는 직경 9m의 원형 개구부가 뚫려있어 내부공간의 유일한 채광요소 로 역할을 합니다. 판테온의 돔은 기하학적 완벽성에 있어서 최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로마건축의 획기적이고 거대한 내부공간을 대표하는 것입니다.
② 바실리카 (Basilica)
로마인들이 지은 건물 중 가장 특징적인 형식인 바실리카는 재판, 집회, 상업거래 등을 위해 사용된 건물로서 장방형 평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로마건축 특유의 광대한 내부공간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인데, 그러한 이유 때문에 후에 초기 기독교 건축의 교회당으로 사용됩니다. 트라야누스포름의 바실리카 울피아, 콘스탄티누스의 바실리카 등이 대표적입니다.
③ 원형투기장
그리스의 야외극장과 마찬가지로 지어진 여러 극장건축과는 별도로, 로마시대에는 갖가지 투기를 개최하기 위한 우너형극장이 건립되었습니다. 타원형의 투기장 주위에 계단식 좌석을 마련한 대규모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는 로마시내의 콜롯세움(70-83)입니다. 이 건물의 평면으니 155.5m × 188m 크기의 타원형으로 5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④ 공중욕장
공중목욕탕은 목욕 외에도 강의실, 도서실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주위에 상점, 식당, 극장, 육상경기장 등을 두어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게 하고 이들을 만족시켜주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로마시에 위치한 카라칼라 욕장은 보울트와 돔으로 된 다양한 내부공간으로 구성되며, 욕장건물 자체 규모가 110m × 214m 에 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욕장은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인 450m × 450m의 커다란 정사각형 대지 속에 건립되었습니다.
⑤하드리아누스의 별장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은퇴 후에 노년을 보내기 위해 로마근교 티볼리에 지은 별장 겸 휴양단지입니다. 로마 건축은 광활한 영토와 오랜 지속기간 때문에 다른 시대의 건축에 비해 다양했는데, 이 별장에서는 이들 여러 건축유형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음으로써 로마 시대의 다양한 공간유형들을 보여주는 백과사전과 같습니다.